신학기부터는 자녀들의 학습의지를 존중하자!


<신학기부터는 자녀들의 학습의지를 존중하자!>

지난주에는 35년 지기 친구를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유명한 작곡가이며 음대교수다. 친구는 회갑인 나이에도 순수하고 마음이 넉넉하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해서 그런 것 같다. 3월초 친구와의 대화 주제는 교육이었다.

독일에서 유학한 친구는 학부형으로서 큰 딸이 성장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독일 유학중에 태어난 딸은 귀국 시에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딸아이는 한국 초등학교 교육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는 딸의 초등학교 3학년시절의 음악시험문제를 예로 들었다. 20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충격이 너무 커서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데도 틀에 박힌 정답을 요구하다보니 딸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었다. 아빠인 친구는 50대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가 아이를 방치한다고 잔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는 딸을 신뢰하고 인내하면서 기다렸다. 딸은 스스로 공부하는 역량을 키웠다. 상급 학교로 가면서 학업성취도가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 딸이 지난달 S대학교 졸업식에서 바이오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딸은 아빠가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덕분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유학경험과 소신이 자녀지도에 좋은 영향을 끼친 성공사례이다.

교수나 연구원 중에 선진국 유학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많다. 그들도 자녀들이 창의력을 갖춘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 자녀들의 적성과 창의력 개발에는 관심이 없다. 목표는 명문대학 진학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물불가리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 현상이다.

어린 시절부터 창의력에 역행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시험 잘 보는 기술만을 습득하는 교육! 이제는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3월 2일 거의 모든 각 학교가 신입생을 맞이했다. 기존 학생들은 상급 학년으로 진급하였다. 2017년의 새내기들은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교과시간마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며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다음의 사례는 3월 3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행복이 고픈 ‘대치동 키즈’ 세렝게티 초원을 가다.” 라는 기사의 일부이다.

지난달 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박성호(25)씨가 그랬다. 사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았다. 이렇게 살다가는 숨이 막혀 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 말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고교로 진학하겠다고 떼를 써 관철했다. 단지 ‘홈페이지가 그럴듯해 보여서’ 선택한 학교가 울산 현대청운고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즐겼다. 부모님은 ‘당장 다시 전학 와라’고 했다. 대치동 학원가를 또 전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성적을 끌어올려야 했다. 난생처음으로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교재를 요약하듯 공책에 전부 베껴 쓰는 ‘나만의 공부 방법’을 찾았다. 고3 때 전교 15등까지 성적을 올렸다. ‘KAIST에 입학하면 고난 끝 행복 시작이겠구나.’ 했지만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일 뿐이었다.

박씨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을 했다. 2015년 1월 6일 출발해 같은 해 12월 28일 귀국.

357일간 6개 대륙 총 18개국을 돌았다. 여행을 시작할 땐 좋은 기억만 가득히 채워 올 줄 알았다. 하지만 택시 강도를 당하고, 고산병에 걸리고, 불법 체류자 취급을 받는 힘든 여정이었다. “KAIST에선 휴학만 해도 이상한 눈으로 봐요. 1년이라도 빨리 진학해야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99점을 받으면 놓친 1점을 아쉬워하고, 성적이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낙오자로 느껴요. 2년이나 뒤처진 내가 이상해 보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박씨가 만난 세상은 넓었고, 박씨는 의지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다. “랜드크루저는 내가 모는 대로 움직였고, 버팔로는 마음만 먹으면 쓰다듬을 수도 있었어요. 돌고래·악어와 수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고요.”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도 알게 됐다. 대학원에 가서 교수가 된다거나 대기업 연구원을 거쳐 임원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낙오하는 건 아니었다.

6개 대륙 18개국 여행을 마치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 들렀다.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 뭐가 달라졌는지.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른 사람의 여행 수기를 읽어 보면 여행 후 가치관이 달라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등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냥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지네요.” 하지만 후회는 없고 그 자체만으로 만족한다. 맥가이버 칼로 과일을 깎거나 물건을 조각하는 능력이나 농장에서 바나나가 망가지지 않게 짊어지고 나르는 능력은 약간의 덤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4학년 학업을 마치고, 드디어 졸업을 했다. 하기야 박씨가 30여 명의 동기 졸업생들과는 전혀 다른 ‘자발적 백수’의 삶을 선택한 것도 여행이 박씨를 바꿔 놨기 때문이다. 두렵긴 하지만 백수를 스스로 택한 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1년 동안 여행기를 쓰면서 여행 경험을 뒤돌아보며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뭔지 고민하고 찾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행기를 쓰기 위해 그렇게 돌아오기 싫어한 대치동 학원가에서 ‘책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건 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두 번째 박성호씨의 사례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볼 수 있다. 다행이 박씨는 본인의 의지와 부모님의 이해로 고등학교시절 만이라도 강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이 대학시절에도 이어져 대부분의 친구들과 다른 선택과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든 친구 딸과 박씨 정도만이라도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자라게 할 수는 없을까?

그것은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어린 학생에게 결정권이 없다. 교사와 학부모가 변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학생에게 달려있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미래를 맡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학습의지를 존중하자! 그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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