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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과 임자수탕, 초계탕


오랜 가뭄으로 인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허옇게 바닥을 드러낸 논과 밭, 하천들이 연일 뉴스의 일면을 장식하며 기우제를 운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룻밤 새 220㎜가 넘는 집중호우로 인근 도시가 물에 잠겨버렸고, 잠시 외출하며 열어두었던 창문으로 빗물이 넘쳐 거실과 방바닥은 물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국지성 호우가 지나고 난 뒤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스팔트를 걷노라면 턱까지 차오르는 더운 공기에 ‘이젠 우리나라가 동남아가 다 되었구나, 저절로 나온다. 학생들의 손에 손에 들린 손풍기를 보며 어쩌면 스마트폰에서도 바람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수없이 들이키는 냉커피와 시원한 얼음물 덕분에 잠시 열기는 식힐 수 있지만 입안이 깔끄럽다. 땀으로 범벅이 되는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체내 수분의 부족과 함께 혈액순환도 나빠지고 체력이 저하되어 기운이 없다. 이러한 증상을 흔히 더위를 먹었다거나, 여름을 탄다고 말하는데, 식욕 저하와 함께 기운이 없어서 지치는, 만성피로와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철의 체력 저하는 면역력의 저하를 가져와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쉬우며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식중독균에 감염되기도 쉽다. 이럴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보양식(保養食)을 찾는다.

보양(保養)이란 ‘잘 보호하여 기른다’는 뜻으로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잘 돌보고 예방하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더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의 단백질과 비타민 소모가 많아지므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피로 회복을 위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는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7월 초의 초복부터 8월 중순의 말복까지 삼복더위에 지친 몸의 원기 회복을 위한 음식 중 삼계탕은 중국인들에게도 각광받는 우리나라의 대표 보양식으로 닭과 인삼, 황기, 마늘 등 따뜻한 성질의 재료를 사용하므로 특히 소화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 좋다. 손질된 닭의 배속에 약재를 넣고 푹 끓이기만 하면 되니 조리하기도 쉽다. 더욱이 요즘은 간편식으로 준비된 삼계탕이 나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밖에도 오리탕, 보신탕, 흑염소, 추어탕, 장어탕 등 여러 음식들이 있지만 주재료로 닭을 사용하는 음식 중 삼계탕과 함께 임자수탕은 고단백, 고지방에 치우치기 쉬운 대부분의 보양식과 달리 닭과 깨, 버섯과 채소를 곁들인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우수한 음식이다. '임자(荏子)'는 깨를 말하며 임자수탕은 차게 먹는 깨국탕으로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여름 보양식으로 삶은 전복이나 불린 해삼을 넣기도 하며 배나 오이 대신 밀국수를 넣어 먹기도 하였다.

만드는 방법을 보면 닭은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파뿌리와 파 잎, 통후추 등을 넣고 무르게 삶은 후 고기는 먹기 좋게 잘게 찢어 양념을 한다. 육수는 면 보에 거른 후 식혔다가 통깨를 넣고 곱게 간 다음 체에 걸러 깻국을 만든다. 미나리와 오이, 붉은 고추(파프리카를 사용해도 된다), 버섯은 전통적인 조리법에서는 사각형으로 썬 다음 전분을 묻혀 끓는 물에 데친 후 식혀서 넣지만 간편하게 채를 썰어 넣으면 되고 버섯은 양념하여 볶아서 넣으면 된다. 다진 쇠고기도 양념하여 밀가루와 달걀물을 묻혀 완자를 만들어 임자수탕에 넣기도 하지만 번거로우면 생략해도 된다. 달걀은 황백으로 분리하여 지단을 부친다. 소금과 흰 후추로 간을 맞춘 닭 육수에 양념한 닭고기와 채소, 버섯을 넣고 황백지단을 올려 장식하면 임자수탕이 완성된다. 닭 육수에 호두와 잣, 땅콩,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첨가하여 갈면 고소한 맛과 식물성 지방을 더할 수 있으며 검은 깨를 사용하면 신장에 주로 작용하는 블랙 푸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한편 녹두는 성질이 차서 열을 내리고 염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으므로 녹두를 사용해도 좋다. 이처럼 임자수탕은 위에서 말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오방색의 고명으로 장식하였으니 색감 또한 화려하다.

초계탕은 임자수탕과 비슷한 음식으로 차갑게 식힌 닭 육수에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후, 가늘게 찢은 닭고기와 오이, 당근, 배추, 배 등을 얹고 메밀국수를 함께 말아 먹는, 평안도의 향토음식이며 궁중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특히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즐겨 드셨다고 한다. 식초를 넣어 새콤한 닭 육수에 가늘게 찢은 닭고기를 넣어 초계탕(醋鷄湯)이라고 하나 일부에서는 식초(醋)와 겨자(芥)를 넣어 시원하고 매콤한 초개(醋芥)탕인데 평안도 발음으로 초계로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조리법으로 보면 냉면의 원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제 중복도 지났으나 말복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땀을 얼마나 더 흘려야할지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덥지만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고 부지런히 보양식도 챙겨 먹어야겠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삼복더위에 오히려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먹으며 시원하다고 소리친 다음 날은 임자수탕을 먹고....새콤달콤한 초계탕까지 먹으면 닭고기 보양식 3종 세트를 모두 먹게 된다.

이렇게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여름은 서서히 물러가겠지.....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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