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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그렇게 뜨겁던 태양의 열기가 서서히 식으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1시간 정도 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운동을 해도 어느 새 땀이 다 식어버린다. 일교차가 심하다보니 강의실에는 벌써 마스크를 하거나 감기에 걸렸다며 목을 움켜쥐고 나타나는 학생들이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보다는 수정과나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고 대추를 비롯해 인삼 등 왠지 몸을 보해줄 수 있는 식재료들을 찾게 된다. 이럴 때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것은 역시 생강이다. 영어로 생강은 Ginger인데 자극, 생기, 원기, 활기라고 하며 동사는 ‘원기(활기)를 불어넣다’이니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로 중국에서는 약 2천5백 년 전 공자시대에 생강이 있었다고 한다. 고려 때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는데 당시에는 매우 귀중하게 여겨 생강을 상으로 내리기도 하였으며 전해져 오는 의방서 중 가장 오래 된 《향약구급방》에도 약용 식물로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의 특산물이 되어 금산인삼, 청양구기자, 제천황기처럼 봉동생강이 좋은 생강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는데, 조선 시대의 동국여지승람과 택리지 등에도 생강이 이곳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서산에서도 1930년경부터 생강 재배가 시작되어 쌀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 작물이다.

생강 특유의 알싸하고 매운 맛은 진저론(Zingerone)과 진저롤(Gingerol), 쇼가올(Shogaol)에 의한 것으로 고추류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측정하는 스코빌 매움 단위(Scoville Heat Unit, SHU)로 보면 진저롤이 6만, 쇼가올이 16만 정도인데 청양고추와 페페론치니가 1∼3만 정도이니 생강의 매운 맛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매운 맛은 혈액의 응고를 억제하며 혈관을 확장시켜서 우리 몸의 말초 혈관까지 체온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체온을 상승시켜 준다. 즉 몸을 따뜻하게 해주므로 평소에 손발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하면서 속이 냉한 사람들에게 좋다. 성질이 뜨거우므로 감기 초기에 생강차를 마시면 땀과 함께 찬 기운을 밖으로 몰아내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니 요즘 같은 환절기에 생강차는 필수 음료이다. 또한 체질적으로 속이 냉하거나 찬 음식을 과식한 경우에도 생강이 좋다. 이밖에도 항암작용이 강하며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의 돌연변이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생강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위장이 약하거나 궤양, 또는 염증 이 있는 사람은 복통과 설사, 속 쓰림, 가스가 차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체질적으로 열이 너무 많거나 고혈압일 경우에는 생강을 삼가야 한다. 또한 감기로 인해 편도가 부어있거나 건조한 기침을 하는 경우에도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인데 마늘, 양파와 함께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는데 주로 사용하며 당에 절여 말려서 편강을 만들어 간식이나 술안주로 먹는다. 강판에 갈아 추출한 전분과 꿀로 생란을 만들어 차와 함께 먹으며 생강주나 이강고, 죽력고 등의 술 재료로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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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생강을 얇게 저며 식초와 설탕, 천연색소를 넣어 홍생강(베니쇼가, べにしょうが )을 만들어 먹는다. 주로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 채 썬 것을 함께 먹는데 비린내 제거와 함께 세균성 식중독 예방 효과도 있다. 또 생강에는 디아스타제와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생선회의 소화를 돕는데 조선시대에도 생강을 통째로 갈아서 베보자기에 거른 생강즙을 소화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장어와의 궁합도 잘 맞아 장어구이에 생강 채를 곁들인다. 생활의 달인에 소개되었던 것처럼 텐돈(튀김덮밥)을 만들 때 생강을 갈아 밀가루 반죽과 합쳐 튀긴 후 굵게 다진 다음 튀기려고 하는 재료에 밀가루 반죽과 함께 묻혀서 튀기면 생강의 매운 맛은 사라지고 향기로운 튀김을 만들 수 있다.

서양에서는 과자나 빵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고 탄산수와 함께 섞어서 진저에일을 만들기도 한다. 설탕에 절여서 만든 생강 사탕(Candied Ginger)이나 생강을 갈아 타피오카와 설탕을 넣어 씹히는 맛을 낸 젤리인 진저 츄(Ginger chews)를 만든다.

그러나 생강은 보관이 어려워 10도 이하에서는 냉해를 받고, 20도 이상에서는 썩기 쉽고, 너무 건조하면 섬유질만 남는다. 썩은 생강에는 사프롤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으므로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양념으로 쓸 생강은 갈아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조금씩 꺼내 쓰는 것이 좋다. 생강의 성질은 따뜻하지만 껍질은 차기 때문에 따뜻하게 할 목적으로 쓸 때는 껍질을 까서 써야 한다.

서구권에서는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 주근깨를 가진 사람을 생강, 즉, 진저(Ginger)라고 부르는데 뉘앙스에 따라 비하하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지만 어릴 때 읽었던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를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수다스럽지만 특유의 상상력으로 엉뚱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소녀인 빨강머리 앤...........한편 영어의 숙어 표현 중 'Eat the ginger'라는 표현은 생강을 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가장 좋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로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노른자를 차지했다’라는 뜻이라니 우수한 성적으로 선생님이 되고 어린 시절 친구인 길버트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앤 셜리의 삶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사자성어 중 늙을수록 더욱 강직(剛直)해지는 성품을 의미하는 강계지성(薑桂之性)은 오래될수록 매워지는 생강과 계피의 성질에 빗댄 말이라고 한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않고 묵은 생강처럼 강직하여 존경받는 노년의 삶을 살아야 할텐데 비겁하고 자기 고집만 강해지고 말만 많아지고 철없는 어린아이가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그런 늙은이가 될까 살짝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 생강차를 열심히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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