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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면 울릉도라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뱃머리도 신아 나서 트위스트....“

울릉도 트위스트라는 참 오래된 노래로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떠올릴 만큼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빛을 보고 모이는 성질을 가진 오징어를 잡기 위해 요즘 동해 바다에는 밝은 등을 단 오징어잡이 배들이 등장한다. 5~6월에는 일명 총알 오징어라고 불리는 10㎝ 전후의 작은 햇물 오징어가 주를 이루지만, 10~12월의 오징어는 가장 크고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오징어가 '금(金)징어'가 되었다. 국내산 생 오징어 한 마리의 평균 소매가격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천428원을 기록하여 지난달 대비 25.1%나 급증하고, 이달 들어서도 17.8%나 더 올랐으며, 10월 평균 소매가인 4천428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2693원)과 비교하면 64.4%나 오른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오징어 가격 급등의 1차적인 원인은 중국 어선의 남획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이다. 오징어는 회유성 어종으로 평소 북한 수역에 살다가 6∼11월에 동해안으로 내려오는데, 중국 어선이 북쪽에서 대규모 조업으로 오징어를 싹쓸이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온난화로 인해 동해연안의 고수온 현상이 심화되면서 오징어가 평소보다 일찍 북상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징어는 두족류 십완목에 속하는 해양생물의 총칭으로,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면 ‘오징어가 까마귀를 즐겨 먹는 성질이 있어 날마다 물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려 할 때 팔로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의 오적어(烏賊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였다. 다른 설화에는 까마귀가 물에 뛰어들어 오징어가 된다고 하였는데 선인들은 오징어의 먹물과 까마귀의 검은색을 서로 연관시켜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웅이체인 오징어는 바다의 공작(孔雀)이라고 불리는데 번식기가 되면 수놈이 두개의 긴 다리인 교미완(交尾腕)을 화려한 색깔로 변화시켜 암놈을 유혹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갑오징어 중 짝짓기 경쟁에서 밀려난 덩치 작은 수컷들은 잠깐 다른 곳에 갔다가 몸 색깔과 행색을 암컷처럼 변장하고 나타나 진짜 암컷에 접근하여 짝짓기에 성공하는 모습이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되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오징어는 두족류답게 머리가 상당히 좋은 편으로 1~2세의 유아와 비슷한 두뇌활동을 보여준다고 한다.

오징어는 육식동물로 작은 물고기 및 새우, 게 등을 먹는다. 다리 사이에는 앵무새 부리 모양의 입이 있어서 이걸로 먹이를 먹는다. 단단하고 질긴 근육으로 마른 오징어에도 이 입이 달려 있는데 이것을 오징어의 눈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뼈를 발라내기도 귀찮아서 일반적으로 먹지 않고 버리는 부위인데 한 연예인이 오징어 입 버터구이를 만들어 선을 보이면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오징어먹물은 문어먹물보다 점성이 강하며 짭짤하면서 부드러운데 가열하면 특유의 풍미를 내므로 빵과 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아 요리에 많이 쓰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페스트가 창궐했던 중세에 오징어 먹물이 특효약이란 속설이 퍼지며 먹물 채취를 위해 잡게 되었고 이후 몸 전체를 먹게 되었다. 영국과 동․북유럽에서는 잘 먹지 않으며 이슬람권이나 비늘이 없는 생선은 먹지 못하는 교리로 인해 유대교인들도 먹지 않는다. 최근 들어 북유럽권도 중국계 인구 유입의 영향으로 오징어를 차츰 먹기 시작하고 있으며, 영국은 슈퍼마켓 해산물 코너에서 손질된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호주는 영국계가 대다수지만, 남유럽 이민자들로 인해 튀긴 오징어링이 피쉬&칩스의 주 메뉴로 자리 잡았다.

오징어는 소화흡수가 좋은 고급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이며 비타민E와 아연, DHA, EPA를 풍부하게 함유하여 성장기 아동과 학생, 두뇌노동자에게 매우 좋으며 운동 후 피로한 상태로부터 회복하는 데 좋은 타우린을 많이 가지고 있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은 편이지만 껍질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타우린의 함량이 높으므로 가급적 껍질까지 먹도록 한다.

뼈오징어의 먹물은 서양에서 근대까지 잉크 대용으로도 사용되었으며, 물감으로도 많이 쓰였지만 오징어 먹물은 1년 정도 지나면 말라 없어지기 때문에 믿을 수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가리켜 '오적어 묵계(烏賊魚 墨契)'라고 하며,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는 속담은 꾀를 써서 힘 안들이고 일을 해낸다는 뜻이라고 한다니 오징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소 긍정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화려한 색깔로 암컷을 유혹하는 바다의 공작,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불손한 오징어가 착한 가격으로 우리의 밥상에 돌아올 날은 언제일까?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요 즐거운 간식이었던 오징어를 언제 쯤 풍성하게 만날 수 있을지....속초항에서 콩가루에 버무려 먹던 쫄깃한 오징어 살의 감촉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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