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김치도 밥도 아닌 ‘커피’다. 해마다 커피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으며 커피 전문점도 1만개를 넘었다. 눈 뜨면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점심에는 당연히 커피 한잔, 때로는 잠들기 전에도 왠지 커피를 마셔야 할 것 같은 날이 있다. 나른한 오후에 마신 한 잔의 커피 덕분에 졸지 않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은 카페인 덕분인데, 카페인은 뇌에서 피곤한 신경을 쉬게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하여 이 같은 각성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카페인의 효과적인 자극성은 약물과용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없애주는 해독제로도 사용되며 운동수행능력을 증가시키고 피로감을 줄여주며 감각기능과 민첩성을 증가시킨다. 남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팀은 커피가 알츠하이머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며 2013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대장암 발병자 49만 명 중 하루 6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이 최대 40%나 낮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40대 이상이 많이 걸린다는 제 2형 당뇨병에 특히 커피가 좋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영양 관련 자문기구인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는 2015년 2월 19일 커피가 당뇨병 및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한편 커피가 비만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는데 카페인 300㎎을 섭취하면 에너지 소비가 79kcal 증가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로페즈-가르시아 연구팀은 하루에 커피를 2~3잔 마시는 여성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병 사망률이 25% 낮았다고 하였다. 커피 한잔에는 평균 100㎎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으며 차의 진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차 속에도 평균 40㎎ 정도가 들어 있고, 354㎖ 유리병의 콜라에도 4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반면 카페인 섭취로 인해 자극과민성, 신경질이나 불안, 신경과민, 두통, 불면증 같은 부정적인 효과도 나타나며 많이 마시면 성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도 최근 발표되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이 소속 의대 남학생을 대상으로 발표한 논문에는 장기간 커피를 마시면 혈압이 오르고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페인이 아이의 신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혈관을 수축시켜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부나 수유 중인 여성은 커피를 금해야 한다. 미국 국립 군의관의대 스티븐 밀러의 연구를 보면 오전 8~9시 사이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여기에 카페인이 더해지면 체내에 각성물질이 과다하게 쌓이게 되므로 모닝커피보다는 코티졸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후 1시30분~5시 사이에 커피를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은 성인 400㎎이며 커피를 마실 때 지방을 최소화해서 마시고, 설탕과 크림이 섞인 믹스커피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차의 강국으로 알려진 중국에도 커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999년 1월 베이징에 스타벅스 차이나 1호점이 오픈했을 때, 당시 중국의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광고 문구가 있다. “我不是在星巴克, 就是在去星巴克的路上.- 나는 스타벅스에 있거나 아니면 스타벅스로 가는 중이거나”. 차를 마시는 것이 곧 ‘일상’인 중국인들에게 ‘커피’를 판다는 건 실패가 예정된 도전이었으나 중국 커피 시장 점유율 1위는 역시 스타벅스이고 2025년 중국 커피 소비 시장규모는 1조 위안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탈레랑이 한 말처럼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큰 위기가 올 때마다 우리 심장이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한 잔의 커피인 것 같다”라는 알렉산더 대왕의 명언처럼 하루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너무나 매력적인 커피, 그러나 치명적인 유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절제한 일회용품의 사용이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매장 안에서 마시는 손님에게도 일회용에 담아 준다. 플라스틱은 육안으로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소재는 페트, PS, PVC 등으로 다양하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소재별로 분류해야 하지만 작업자들이 컵 밑바닥에 표시된 소재명을 일일이 확인할 여유가 없이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으므로 결국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폐기물로 처리되어 쓰레기들과 함께 소각장으로 가게 된다. 또한 판지에 플라스틱을 얇게 덧씌운 커피 컵은 환경적으로 재앙과 같은 존재다. 이러한 소재는 커피와 같은 음료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종이가 눅눅해지는 것을 막아주지만 재활용이 어렵고 분해되는 데 2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매년 6천억 개의 플라스틱 커피 컵이 유통되는 가운데 스타벅스는 이 중 60억 개 정도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컵과 빨대, 포장지 등 인류가 버린 온갖 쓰레기로 엉망인 발리의 바다 속 모습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면적이 160만㎢에 1조 8천억 개의 플라스틱 조각(무게 8만 7천 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전 세계 인구수로 따져보면 한 명당 플라스틱 247개를 버린 셈이다.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햇빛이나 파도 등의 영향으로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의 94%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는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든 수은 등과 반응하여 독성 물질로 변하며 이를 물고기가 섭취하고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가 그 물고기를 먹는다면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이 우리들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회사의 창립자 로렌 싱어(Lauren Singer)는 NYU에서 환경학을 공부하던 중 플라스틱 포크와 플라스틱 봉지 스낵으로 식사하며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고 집에 돌아와 플라스틱 그릇으로 가득 찬 자신의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 그때부터 Zero Waste를 실천하여 자신이 3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를 16oz의 작은 유리병에 넣을 수 있도록 생활방식을 바꿔나갔다고 한다.
“나는 아침 식탁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커피를 빼놓고는 그 어떤 것도 좋을 수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60여 가지나 가르쳐 준다”라고 말한 베토벤처럼 이제 우리는 커피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게 된 것 같다. 한 잔의 커피에 40년의 기억을 담는다는 터키의 속담처럼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우리가 버리는 일회용품 쓰레기의 양을 꼭 생각해야 할 것이다.
커피의 유감을 기억하며 텀블러와 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