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밥상의 대표 생선으로 자리매김했던 고등어가 돌아왔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국내산 고등어 20마리(10손)가, 그것도 무료 배송으로 10,360원이다. 고등어의 도매가격이 1㎏당 4,798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비쌌던 2015년 6월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로 싼 가격이다. 올 여름 더위와 집중 호우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식재료들을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가 어려운 요즘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촉진되지 않는다고 하니 요즘 경제가 어지간히 어렵긴 한가보다.
등 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인 고등어는 바닷물고기로 우리나라 전 해역에 출현하며, 아열대 및 온대 해역의 연안에 분포한다. 1801년 신유사옥 때 흑산도로 귀양을 간 정약전이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과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헌을 참조하여 쓴 『자산어보』에는 벽문어(碧紋魚)로 표기하였고, 그 속명을 고등어(皐登魚)라 하였으며『신증동국여지승람』의 제주목 토산조에는 고도어(古道魚)로 기록되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고등어가 황해도와 함경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지만,『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 함경도에서 많이 잡힌다고 하였고 영조 때는 함경도를 비롯하여 강원도와 경상도, 전라도에서 주로 잡힌다고 하였다. 어획량의 변화는 기후, 즉 수온의 변화 이외에 어선과 어구의 발달, 남획 및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류는 1970년 3만6천256톤에서 2017년 11만5천260톤으로 어획량이 증가하였다. 공급량은 늘었으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무분별한 남획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인해 국민 생선 1위의 자리를 갈치에게 내어주었다가 다시 우리들의 밥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고등어의 몸길이는 약 40㎝ 정도이며, 빠르게 헤엄치고 지느러미로 움직이는 방추형으로 옆으로는 약간 납작하다. 등 쪽은 녹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이며, 등 쪽으로 부터 옆줄 밑까지 흑색의 물결무늬가 있다. 이 물결무늬로 국내산과 일본산, 노르웨이산을 구별한다. 고등어나 꽁치는 등 색깔이 바다색과 같은 짙은 푸른색이기 때문에 물고기를 사냥하는 황새치와 같은 바다 새에게 들키지 않고 몸을 숨기기가 쉽다. 반면 배의 색깔은 밑에서 올려다 본 해면과 같은 은백색이기 때문에 해면 가까이 떠 있어도 밑에 있는 큰 물고기들의 눈에 띄지 않아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즉, 고등어 등의 푸른색은 몸을 보호하는 보호색인 것이다. 고등어에게 적합한 수온은 15∼20℃로 우리나라 전 연해에 분포하였다가 2, 3월경에 제주도 성산포 연안에 몰려와서 4∼5월에 산란을 한 후, 수온을 따라 일부는 동해로, 일부는 서해로 북상하였다가 9, 10월경부터 다시 남하한다.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지방이 빠져 맛이 떨어지지만 거센 물살을 헤치고 원거리를 오가는 많은 운동량과 함께 충분한 먹이를 섭취했기 때문에 가을철 고등어의 지방 함유량은 다른 어종에 비해 20% 정도 높다. “가을 고등어와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가을에 감칠맛이 가장 뛰어나다. 따라서 고등어의 제철은 바로 지금, 가을부터 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맛이 있으면 일본 속담에 “가을 고등어를 며느리에게 먹이지 말자”고 하였을까?
고등어는 ω-3계 지방산의 일종으로 두뇌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추는 DHA(docosahexaenoic acid)와 혈액 속의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EPA(eicosapentaenoic acid)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특히 수험생과 노인성 치매 예방에 좋다. 최근 아일랜드와 캐나다 신문은 ω-3 지방이 뇌 건강 유지는 물론 항(抗)염증 효과를 나타내 암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각종 비타민 B, D, E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일 뿐 아니라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바다의 보리'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고등어의 단백질은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되고 나이아신(Niacin)은 피부를 재생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좋다.
고등어는 구이를 비롯하여 조림, 찜, 국, 회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정약전은 “고등어의 맛은 달고 시고 탁하다. 국을 끓이거나 젓을 담글 수는 있어도 회나 어포는 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성소부부고』에 고등어의 창자젓이 가장 좋다고 하였고,『공선정례』에도 고도어장장해(古刀魚腸臟醢)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창자도 가공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무를 넣고 고등어를 조리면 무가 지니고 있는 매운 성분이 비린내를 없애주며 무에 함유된 비타민과 소화효소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때로는 고등어보다 함께 넣은 무나 묵은지가 더 맛있기도 하다. 자반은 생선과 해산물, 채소 등을 소금에 절이거나 튀기거나 말려서 먹는 전통음식으로, 저장법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상하기 쉬운 어류 등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한자로는 좌반(佐飯: 식사를 도와준다는 뜻)인데, 생선을 소금에 절인 것 이외에도 해산물 또는 채소에 장이나 찹쌀풀을 발라 말린 후 튀기거나, 짭짤하게 조리던지 무친 것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자반으로 유명한 안동의 간 고등어는 영해와 영덕 지역에서 잡은 고등어의 창자를 제거하고 뱃속에 소금을 한 줌 넣어 얼간재비를 한 다음 임동면에서 다시 걸어서 안동장에 이르러 팔기 전에 한 번 더 소금을 넣은 것으로 물자의 수송시간이 길었던 시절에 고등어를 오래 먹기 위해 만든 생선가공법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염장의 달인인 간잽이들의 염장기술과 함께 녹차성분과 황토염을 이용한 상품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안동 간 고등어처럼 숙성 기간을 오래 거친 것은 ‘베린맛’(부패취)이 난다고 하여, 신선한 고등어를 염장하여 말린 후 구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2011년 고등어를 시어(市魚)로 지정하였고, 머리를 반으로 갈라 석쇠에 담은 다음 숯불이나 25구공탄에 구어서 먹는 고갈비가 유행하였는데, 돈 없고 배고픈 대학생들에게는 비록 고등어였지만 그래도 갈비를 뜯었다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고등어는 깊은 바다 속에서 살지 않고 바다 위층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수압을 비교적 덜 받으므로 육질이 단단하지 않고 연하므로 썩기 쉽다. 성질이 급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빨리 죽는 고등어는 '살아 있으면서 썩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므로 회로 먹을 경우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 특히 산란기인 여름에는 내장에서 독성이 분비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며 갓 잡아도 위험하다.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소설가 하근찬의『수난 2대』를 읽었다. 삼대독자 아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기쁨에 장거리에서 고등어 한 손을 사서 달려 나간 아버지 앞에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이 나타났다. 일제 징용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는 아들을 등에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아들은 지팡이와 아버지가 건네준 고등어를 들었다.
큰 고등어 한 마리와 작은 고등어 한 마리를 묶어서 한 손이라고 한다. 상하기 쉬운 생선이라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고등어를 손질한 후 두 마리씩 겹쳐서 소금에 절이면 오래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수가 돌아왔다. 반가운 고등어도 돌아왔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손이 되었다.
고등어처럼......
l사진 출처l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