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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콜 릿


연암대학교 외식산업과 백승희 교수

성탄절,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했다. 예년에 비해 점점 캐롤도 들리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으며 트리 장식이나 반짝이는 전구도 많이 보이지 않지만 문명의 이기(利器) 덕분에 기발하고도 예쁜 카드들이 ‘카톡’하며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어제 저녁에 이미 선물을 주었거나 받았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부모님들이 선물을 마련해서 관리실에 맡기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경비아저씨들이 대신 방문을 해서 선물을 전달하는 감동적인 이벤트를 한다.

26년 전 독일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매년 12월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아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를 사서 걸어두고 전나무로 트리도 예쁘게 만들었다. 나무 밑에는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적은 편지를 놓아두었는데, 평소에 받고 싶었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니 만큼 아이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써서 놓아두고 기대감에 매일 매일 행복해하였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오기 4주 전을 아드벤트(Advent)라 해서 매주 일요일마다 초에 불을 붙이며 산타클로스(성 니콜라우스)와 아기 예수를 기다린다. 캘린더는 한 장씩 열어볼 수 있게 만들어졌는데 그 안에는 장난감도 들어있지만 대부분 달콤한 초콜릿이 들어 있어서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품이었다. 가끔씩 그때의 달콤했던 초콜릿 맛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가 사랑하는 신의 열매’라는 초콜릿, 아니 카카오 콩을 처음으로 즐긴 사람들은 현재의 멕시코 중앙 고원에 자리 잡은 아즈텍(Aztec) 인들로 카카오나무를 오랫동안 재배하였다. 나무 한 그루에 25~57개의 열매가 열리는데, 익은 열매에서 씨를 꺼내 나무통에서 며칠간 발효시키면 씨가 붉은 빛을 띤 갈색으로 변하고 독특한 향기가 난다. 이것을 물로 씻은 다음 건조시킨 것이 카카오 콩이며, 볶아서 분말로 만든 것이 카카오 페이스트(cacao paste)이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 향료를 첨가하여 굳힌 것이 초콜릿이다. 이 당시 카카오 열매 백개로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었으므로 ‘갈색 금’이라는 별명과 함께, 화폐로 사용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 왕실에서는 카카오열매를 볶은 후 아치오테(Achiote)라는 나무의 열매나 옥수수와 함께 빻은 다음 바닐라나 향신료를 물과 함께 개어서 액체 형태인 음료로 만들어 마셨으며, 신성한 종교의식에도 이 음료를 바쳤다. 아즈텍의 황제 몬테수마((Montezuma) 2세는 이 신성한 음료 한 잔이면 음식을 먹지 않아도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다고 하였고, 최음제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믿어 여인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여러 잔을 마셨다는 일화도 있지만 이들이 마신 초콜릿 음료는 쓴 맛이 나고 마시기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초콜릿의 어원을 보면 마야어로 ‘chocol(뜨거운)’과 ‘haa(물)’, 또는 아즈텍어 ‘atl(물)’을 조합하여 만들었다는 주장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19년 멕시코의 아즈텍을 정복한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는 몬테수마의 궁정에서 초콜릿 음료를 대접받고 그 맛에 매료되어 카카오 열매 3상자를 배에 싣고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노예들에 의해 카카오 경작이 이루어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인기는 더욱 높아졌으며 설탕과 커피에 이어 세계 3대 무역상품이 되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초콜릿 음료의 유행은 17세기 영국의 초콜릿 애호가 클럽을 탄생시켰는데, 이 초콜릿 하우스는 영국의 귀족과 신사 계급, 그리고 새롭게 출현한 중산층을 위한 정치·문화의 토론 장소가 되었다. 당시 런던의 한 프랑스인 상점에서는 계피와 바닐라로 향을 내고 달고 뜨겁게 마시는 초콜릿 음료를 만들 수 있는 고체 초콜릿의 가격이 1파운드당 10~15실링으로 부자들만 살 수 있었다고 하며, 이후 18세기의 산업혁명은 카카오와 초콜릿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1765년 매사추세츠 주의 도체스터(Dorchester)에서 초콜릿 제조가 시작되었는데,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초콜릿 제조 기계를 구입한 밀턴 스네이블리 허쉬(Milton Snavely Hershey)가 대량 생산 방식을 도입해 초콜릿의 대중화를 이루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초콜릿 공장에서 생산된 초콜릿 바와 코코아는 미국 시장을 석권하였고 키세스는 초콜릿의 대명사가 되었다. 1828년에는 네덜란드의 화학자인 콘래드 반 휴텐(Conrad J. van Houten)이 초콜릿에서 카카오 버터를 제거함으로써 미세한 분말 형태의 초콜릿 제조법을 개발하였는데, 이 분말이 바로 코코아다. 이로써 간단하고 소화가 잘되는 근대화된 초콜릿 음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847년 영국의 과자회사인 프라이앤드선스가 세계 최초로 딱딱한 초콜릿을 만들었고, 스위스의 다니엘 페터는 앙리 네슬레가 개발한 분유를 이용해 1879년 밀크 초콜릿을 생산하였고, 더 나아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초콜릿에 헤이즐넛을 첨가했다. 스위스는 1년에 1인당 초콜릿 바를 420개나 먹을 정도로 세계 최대의 초콜릿 소비국이다. 루이 13세와 결혼한 스페인 공주에 의해 프랑스에 유입된 초콜릿은 왕족과 귀족들의 즐거움이 되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속 쇼코라티에(chocolatier)를 두기도 했다. 근대에 들어 초콜릿 산업을 보호하고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초콜릿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가짜 초콜릿의 유통을 막고 있다. 벨기에의 장 노이하우스(Jean Neuhaus)는 1912년 초콜릿 캔디인 프랄린(praline)을 만들었는데, 1946년에 설립된 고디바(Godiva)는 벨기에에서 생산된 프랄린의 50%를 수출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초콜릿 브랜드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의 발달과 더불어 에스프레소와 초콜릿, 크림을 같은 비율로 섞어 만든 ‘비체린(Bicerin)’이라는 음료가 등장하였으며 아몬드와 헤이즐넛, 호두가 섞인 부드러운 초콜릿인 잔두야(Gianduja)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초콜릿 역사는 대체로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러시아 공사 부인이 명성황후에게 진상한 양과자 중 저고령당'(貯古鹷糖)이 초콜릿이라는 설이고, 두 번째는 이토 히로부미가 왕궁에 드나들 때마다 상궁들을 회유하기 위해 저고령당과 함께 양과와 화과를 선물하였다는 설이다. 1928년 12월 28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일본 제과업체 모리나가의 밀크 초콜릿 광고를 보면 초콜릿을 ‘포켓에 넣을 수 있는 호화로운 식탁’에 비유하였는데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전 세계인의 최애 아이템인 초콜릿 본래의 고향은 뭐니 뭐니 해도 아즈텍 문명의 발상지인 멕시코이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초콜릿을 음식에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예로 몰레 포블라노(Mole Poblano)를 들 수 있다. 이 음식은 초콜릿을 비롯해 열 가지가 넘는 허브와 향신료로 만든 일종의 소스로 토르티야(tortilla)나 고기에 넣어 먹는다. 또한 초콜릿 음료에 고추와 데킬라를 섞어 마시는 것도 독특하고, 멕시코인들은 둥글넓적한 모양에 거친 재질을 지닌 100% 내추럴 초콜릿을 좋아한다.

다크(dark)와, 밀크(milk), 화이트(white)의 세 종류의 초콜릿은 음식이자 음료이며, 세계 도처에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초코홀릭(chocoholic)이라는 단어도 파생되었다. 탄수화물이 풍부하므로 신속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며, 자극성 있는 염기성 테오브로민(theobromine)과 카페인과 흡사한 흥분성 알칼로이드인 페네티라민(phenethylamine)이 함유되어 있어서 각성효과가 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 잠을 물리치기 위해 초콜릿 가루를 우유에 타서 마셨고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군인들의 필수 식량으로 지정된 피로회복제였다고 한다. 또한 기분이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단것, 특히 초콜릿을 찾게 되는데, 뇌를 자극해주는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학의 이창용 박사 팀에 의하면 코코아 한잔에 함유되어 있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의 수치가 차와 적포도주 보다 높기 때문에 하루에 코코아 한두 잔을 마시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이 등장하고 있고, 원료인 카카오 성분에 가까운 진한 다크초콜릿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카페인 일일 최대섭취권고량이 성인은 400㎎, 임산부 300㎎, 영유아·어린이는 단위체중(kg) 당 2.5㎎으로, 만 3~5세 어린이는 일일 최대섭취권고량이 44㎎이고 만 6~8세는 63~68㎎이므로 어린이의 경우 초콜릿에 함유된 카페인만으로도 일일 최대섭취권고량을 초과할 수 있다. 특히 다크초콜릿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22.8㎎으로 밀크초콜릿의 평균 11.8㎎ 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전문가들은 4~6세 어린이가 카페인 45㎎을 섭취하면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어린이가 주로 섭취하는 초콜릿류와 코코아가공품류 등은 카페인 표시의무가 없으므로 소비자가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주의하여야 한다.

아마도 아드벤트 캘린더 안에 들어 있던 초콜릿 한 개 정도면 매일 매일 아이들의 몸도 보호해주고 동시에 행복도 전달해주기에 충분한 양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장 한 장 뜯을 때마다 뻐꾸기시계처럼, 카톡처럼 톡톡 튀어나오던 그 초콜릿의 달콤함이 새삼 그리워진다.

WEDDINGS

Describe what you offer here. add a few choice words and a stunning pic to tantalize your audience and leave them hungry for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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