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대학교 외식산업과
백 승희 교수

생각만 해도,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의 얼굴처럼 싱싱한 붉은 색의 딸기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볼 빨간 사춘기라는 이름의 아이돌처럼 왠지 사춘기 소녀의 발그레한 뺨을 떠오르게 하는 딸기는 누구에게나, 어디로 보나 과일로 보이지만 장미목 장미과 딸기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열매채소, 즉 과채류로, 다른 이름은 매(苺) 또는 초매(草苺)이다.
80년 대 중반, 대학생들은 더러 딸기밭에서 미팅을 했었는데 원래 딸기의 제철은 5~6월이다. 당시 노지에 재배했던 딸기는 소위 알도 굵지 않았고 단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해서 딸기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였던 것 같다. 현재는 전체 딸기 생산량의 98%가 하우스에서 재배되다 보니 사실상 딸기는 겨울을 대표하는 과일이 되어 버렸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마트에 진열된 딸기의 싱그러움은 겨우 내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자극하며 ‘눈 속의 봄’이라는 별칭처럼 봄을 알리는 전령사의 역할을 한다. 3,4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딸기 축제가 열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호텔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딸기 특선 메뉴는 우리의 입맛을 유혹한다.
딸기는 남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며 찬 기후에 강하지만 온실에서 재배하므로 계절과 관계없이 수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재배종은 버지니아딸기와 칠레딸기의 변종들이며, 열매가 큰 재배 딸기는 18세기에 유럽에서 개량한 것으로, 최초의 정원 딸기(garten strawberry)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브르타뉴 반도에서 경작되었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재배하며, 유럽과 아프리카의 남부와 동부, 뉴질랜드와 호주, 그리고 한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재배하고 있다. 딸기는 수염뿌리가 나는데, 잎은 이 뿌리에서 나오며 잔잎이 석장으로 털이 많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희거나 붉은 꽃이 가느다란 꽃자루 위에 여러 개가 모여서 핀다. 꽃자루는 땅을 기는 줄기같이 생겼으며, 꽃받침 속에는 흔히 씨라고 부르는 열매가 묻혀 있는데, 식물학적으로 볼 때 딸기 열매는 장과가 아니라 여러 개의 열매가 모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원예작물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토양과 환경에서 자랄 수 있으며 비료는 조금만 주어도 되지만 가뭄에 약하므로 물 보유도가 높은 땅에 심거나 밭고랑에 물을 대거나 또는 물뿌리개로 물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엽에 전래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최근에는 해외로 수출되는 딸기의 90% 이상이 국산품종이지만, 2000년도 까지만 해도 일본의 육보(레드펄)나 장희(아키히메)와 같은 품종이 주를 이루었으므로 일본딸기를 양딸기, 우리나라 딸기는 한국딸기 또는 조선딸기라고 불렀다. 이처럼 일본 품종이 주를 이루다보니 30억 원이 넘는 품종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해야 하였으므로 농촌진흥청에서는 딸기 연구 사업단을 만들어 국산품종의 개발과 보급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05년 이후 17품종 이상을 개발하였으며 신품종 보급을 위하여 부여에 매향과 금향, 논산과 담양에는 설향, 진주에는 매향 등의 국산품종을 농가에 보급하여 시범단지 및 전시포를 운영한 결과, 2015년에는 고품질의 국산 품종인 매향의 보급률이 80% 이상으로 향상되었으며 수확량도 증가하였고 로열티 부담액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는 어르신은 농약 걱정 때문에 딸기는 아예 드시지 않고 포도도 잘 잡숫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혹 농약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아주 꼼꼼하게 딸기를 씻는데 요즘 딸기는 거의 농약을 치지 않고 수경재배를 하기 때문에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되지만 더 안전하게 먹기 위해서는 꼭지를 떼지 말고 소금물로 살짝 빨리 씻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표면이 얇아 상하기 쉬우며, 소금의 짠맛이 가미되면서 딸기 맛이 더 달게 느껴지고 아울러 살균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딸기는 포도당을 비롯하여 서당과 과당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유기산이 0.6∼1.5% 함유되어 있어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좋다. 향기성분도 160여종이 되며 붉은색은 안토시아닌 색소로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비타민C가 100g 중에 80mg 함유되어 있어, 5∼6개의 딸기를 먹으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 섭취량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기미, 주근깨 예방과 미백에 도움을 주고, ellagic acid는 자외선에 의해 피부의 콜라겐이 파괴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해준다. 또한 딸기의 섬유소인 펙틴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되었으며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빈혈에도 좋다. 또한 해열과 이뇨, 거담작용을 하여 감기나 기관지염, 기타 호흡기 질병에 효과를 나타내며 간세포기능을 소생시키는 작용도 뛰어나다. 반면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평소 속이 냉한 사람이 과다 섭취할 경우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선홍빛을 띄고 과육이 단단한 딸기를 고르는 것이 좋으며 완숙된 것을 골라야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과육이 연하여 썩기 쉬우므로 꼭지를 떼지 말고 랩이나 비닐봉지에 저장하면 시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시원하고 건조한 장소에서 보관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구입한다. 물로 씻은 후 영하 1℃에서 하루 정도 차게 하고, 여기에 30∼40%의 설탕을 넣고 동결시켜 영하 20℃로 저장하면 사계절 내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후식용으로 먹고, 빵이나 파이 등을 만들 때 넣으며, 통조림이나 설탕절임, 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할 수 있다.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 딸기는 특히 우유와의 궁합이 매우 좋아서 딸기와 우유를 함께 갈아서 먹거나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 때 딸기와 우유, 생크림을 함께 사용하면 좋다.
충청도지방에서는 칠월칠석날 딸기를 먹으면 부스럼이 난다는 속신이 있으며 ‘동지 때 개딸기’라는 속담은 철이 지나서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억지로 구하려 할 때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역시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보약이 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가 아닐 수 없다.
제발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딸기를 술 많이 먹는 사람들의 딸기코에 비유하지 말았으면 한다. 볼 빨간 사춘기의 홍조 띈 얼굴로 기억하기를 바라며 이번 주말은 딸기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