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외는 박과에 속하는 덩굴성 1년생 초본식물로 원산지는 중국의 화북지방이며, 인도 및 한국, 중국, 일본,
아프리카, 이란 등에 분포하고 있다. 학명은 (Cucumis melo ssp. agrestis var. makuwa)로, 분류학적으로는
멜론(Cucumis melo)의 한 변종이다. 영어로는 한국 멜론(Korean melon)으로 불리며, 변종명의 makuwa는
일본명의 마쿠와우리(マクワウリ)에서 유래한 것이다. Cucumis는 라틴어의 냄비 또는 가운데가 비어 있는
식기류라는 뜻의 쿠쿠마(cucuma)에서 유래된 것으로, 참외를 잘라 반을 가르면 그 모양이 식기류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열매채소로,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통일신라시대에는 이미 재배가 일반화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잡지 《별건곤》에는 알록달록한
개구리참외, 겉이 노란 꾀꼬리참외, 색깔이 검은 먹통참외, 속이 빨간 감참외, 모양이 길쭉한 술통참외, 배꼽이 쑥 나온
배꼽참외, 둥그런 수박참외와 함께 맛이 없어 아이들이 장난감으로만 갖고 놀았다는 쥐똥참외가 소개되어 예전에는
다양한 종류의 참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6세기 신사임당이나 18세기 김홍도의 그림에 등장하는 참외의 모양은
지금 참외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색깔은 지금과 달라 다소 노르스름하거나 푸르스름, 또는 거무스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재래종 참외는 현재까지 10여종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충청남도 성환의 개구리참외가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참외도 초록색 껍질에 얼룩무늬가 있고 속 색깔이 주황색이었던
개구리참외인데 이러한 재래종 참외는 당도가 9 brix 전후이며, 오랜 세월에 걸쳐 여름철 고온에 적응이 된 품종으로,
1957년 일본에서 도입된 은천참외와 재래종이 교잡되면서 저온적응성이 높고 당도 14 brix 정도인 개량종 참외와는
완전히 다른 과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참외를 즐겨 먹었으며, 보릿고개를
겨우 넘긴 후 가을철 벼가 익기 전까지 식량이 떨어지면 밥 대신에 먹는 양식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잘 익은 참외에는 수분 92.7%, 단백질 0.6%, 지방 0.2%, 회분 0.6%, 탄수화물 5.9%, 섬유질 0.5%, 당분 5.4% 정도가
들어 있으며 비타민 함량은 낮은 편이다.
특히, 기능성 성분인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s)은 항산화 등 인체에 광범위한 생리·약리적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약간 덜 익었을 때 쿠쿠르비타신 함량이 가장 높다고 한다. 또한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과채류에 함유된 베타카로틴 함량을 조사한 결과, 과육 100g 중에 참외가 90㎍으로, 오이 56㎍, 딸기 30㎍, 포도 20㎍로
과채류 중에서 참외가 베타카로틴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카로틴은 녹황색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천연물질로 사람의 몸속에서 쉽게 비타민A로 전환되며, 항산화 기능은 물론 암과 고혈압, 관절염 등 각종 질병의 원인물질을
제거해 주고 폐암과 유방암, 식도암, 위암 등 각종 암과 심장병을 예방해 준다.
한방에서는 참외에 진해와 거담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고 완화작용도 하므로 변비에 도움을 주며 황달과 이뇨 등에 좋다고 한다.
본초서(本草書)에는 참외가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을 없애며 입과 코의 부스럼을 잘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참외는 독특한 향기와 시원한 맛으로 인해 여름철 식후에 생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알이 굵을수록 단맛이 덜하므로
조금 작고 타원형이며 단단하고 향이 달콤한 것이 좋다. 향이 달콤하면 맛있는 참외이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진하면 수확한지
오래 되었거나 수확시기가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참외는 골이 열 개인데 물에 동동 뜨면서 골이 세 개 정도 보이는
것이 신선한 것이다. 종이에 싸거나 봉투 등에 넣어서 냉장고나 그늘진 시원한 곳에 놓아두는 것이 좋다.
참외는 일반적으로 후숙 없이 먹지만 살짝 후숙을 하면 당도가 높아지고 향이 짙어져,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주로 과일로 생식하나 된장에 넣어서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경상북도 성주군은 우리나라 최대의 참외 생산지로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마다 축제를 열어
군 자체에서 참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성주 참외는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에도 10호로 등록되어 있으나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참외에는 거의 대부분 성주참외라는 딱지가 붙어 있을 정도로 타 지방에서도 성주참외라고
위조를 하고 있으므로 2018년부터 출하하는 참외 박스에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든 위조방지라벨을 부착함으로써 성주의
특산품인 참외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9년 6월에 일본 코스트코 26개 매장에 성주참외 100톤 정도를 납품 할 예정이라고 하니 성주 군민들의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1990년 초반 독일에 거주하고 있을 때 그곳을 방문하셨던 시아버님께서 독일의 사과를 보시고 쯧쯧 하고 혀를 차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한 입 깨물면 싱그러운 즙이 입 안 가득 차던 사과를 생산하시던 아버님 눈에 독일 사과는
영 상품성이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과일을 소개했을 때
가장 놀라운 반응을 일으켰던 과일 중 하나가 배였다. 크기는 물론 퍽퍽하고 석 세포 많은 조롱박처럼 생긴 서양 배(European pear)와는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 배의 시원한 맛에 그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농산물 개방에 의해 여러 나라의 많은 과일들이 수입되고 있지만 희귀성으로 인해 부러운 망고와 체리를 제외하고는
역시 우리나라 과일들의 품질이 정말 우수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 들려진 노란 봉투에 담겨 있는 황금의 열매,
참외도 바로 그 주인공 중 하나이다.
(사진 출처 : 구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