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편

백승희 교수 (연암대학교 외식산업과)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새벽에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올해는 비도 많이 오고 태풍도 잦아서 매일 매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해가 아닌 가 싶다.

더욱이 사회와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 전반을 마비시킨 코로나가 아직도 종식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의 마음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울감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천성적으로 음주가무를 좋아하여 즐기던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로 입을 가려야 하고 연주회나 공연 등도 앞 다투어 취소되다 보니 언제 웃었나 싶을 정도이다.

수시로 날아오는 안전문자의 알람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래도 달력의 붉은 글자는 30일부터 장장 5일간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를 가리키고 있다.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절인 한가위, 중추절(仲秋節)은 한해 농사로부터 얻은 풍성한 수확물로 자연과 조상에게 감사드리는 날이다.

영어의 Thanksgiving Day에서 정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의 행렬은 대단하다.

오고 가는 길, 장시간의 이동과 운전에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지만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이겨낸다.

추석날 아침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햅쌀로 빚은 송편을 올려 차례를 지낸다.

찰떡을 먼저 편대에 깔고 그 위에 증편과 한 입 크기로 예쁘게 빚어 찐 송편을 담은 다음, 감잎을 깔고 찐 짙은 초록색의 모시송편을 웃기떡으로 얹는다.

추절시식(秋節時食)이라 하여 햅쌀로 술을 빚고 무나 호박을 넣은 시루떡도 만들지만 추석의 대표적인 절식은 누가 뭐래도 송편이다.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팥이나 콩, 깨 등의 각종 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만든 송편이 언제부터 전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중추절에 보름달을 닮은 월병(月餠)을 먹으며, 일본은 전통적인 추석 음식으로 달을 보며 먹는 둥근 떡이라는 의미의 쓰키미당코(月見團子)를 먹는다.

반면에 우리가 먹는 송편은 보름달이 뜨는 추석에 먹는 떡임에도 불구하고 둥근 모양이 아니며 이름도 달과는 상관없이 솔잎으로 찐 떡이라는 의미의 송편(松餠)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홍석모(洪錫謨)는 우리나라의 연중행사와 풍속 등을 정리한 세시풍속지인《동국세시기》에서 추석 때면 햇벼로 만든 햅쌀 송편을 먹는다고 하였다.

1925년에 발행된《해동죽지》에도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빚는다고 기록하였다.

한자로는 햅쌀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에서 ‘신송병(新松餠)’이라고 표기하였다. 혹자는《삼국유사》를 근거로 거북이 등에 쓰여진 ‘백제는 지는 달인 만월(滿月)이고 신라는 앞으로 보름달이 될 반월(半月)’이라는 글을 근거로 송편이 반달 모양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근대 문헌에 나타난 송편은 올벼(早稻)를 수확해서 빻은 햅쌀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의 오려송편이다.

다른 명절에도 송편을 먹지만 특별히 추석에는 올벼로 빚은 오려송편을 먹는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책인《열양세시기》에 2월 초하룻날 만드는 노비송편은 콩으로 소를 넣고 솔잎을 겹겹이 쌓아 시루에 쪄서 농사일을 준비하는 노비를 위한 떡이라고 하였다.

《동국세시기》에도 2월 초하룻날 빚는 송편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있다.

크기는 대개 손바닥만 하며 작게는 달걀만하고 모두 반쪽의 둥근 옥 모양으로 만들며, 콩을 불려서 소를 만들어 넣고 시루 안에 솔잎을 겹겹이 깔고 넣어서 찐다고 하였다.

팔도의 음식을 기록한 허균의《도문대작》에는 송편을 봄에 먹는 떡이라고 하였으며, 영조 때의 문인 이의현은 정월에는 떡국, 대보름에는 약식을 먹고 삼짇날에는 송편을 먹는다고 하였다.

인조 때 이식은《택당집(澤堂集)》에서 초파일에는 송편을 준비한다고 적었으며, 조선시대 관혼상제의 의식을 기록한《사례의》에도 5월 단오에 시루떡이나 송편을 만들고 6월 유두에는 송편을 빚는다고 하였다.

이는 송편이 특별히 추석 에만 먹는 떡이 아니라 정월부터 6월까지 명절을 비롯한 특별한 날에 빚던 떡이라는 말이다.

재료도 다양해서 햅쌀로 만드는 오려송편 외에도 조, 수수, 옥수수, 감자, 도토리 등으로도 송편을 빚었으며, 쌀 앙금으로 만드는 무리송편, 보리쌀로 빚는 보리송편 등 송편의 종류도 다양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설날과 추석을 대표적인 명절로 지내고 있으며 시식과 절식의 의미도 사라지다보니 설날에는 가래떡, 추석 에는 송편을 먹는 것으로 인식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위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보면 송편은 노비송편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집집마다 장대에 매달아 대문간에 세워두었던 곡식으로 노비일(머슴날, 일꾼날)인 2월 초하루에 송편을 만들어 나이 수대로 노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울러 하루를 쉬며 음식을 장만해서 배불리 먹고 머슴들끼리 모여 풍물을 치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이 허락되었다.

고된 농사를 시작하기 전 머슴들을 위로하여 그 해의 농사에 전념하라는 의도에서 여는 농경의례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풍습에서 유래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노비송편을 우리는 이제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깔을 입혀 먹기도 좋게 한 입 크기로 만들어서 먹고 있다.

지방마다 서로 다른 재료를 써서 만들지만 솔잎을 깔아 찌는 것은 공통이며 솔잎을 깔면 맛과 향은 물론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주므로 솔잎을 이용한 송편 찌기는 조상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추석 무렵에 많이 행해졌던 반보기의 풍습을 살펴보자. 반보기는 '양가집의 중간 위치에서 만나본다'는 뜻과 '하루해의 절반나절만 만난다.'는 2가지 뜻이 있다.

중부이남 지방의 농촌풍속으로 중로보기, 중로상봉 등으로도 부른다.

추석뿐만 아니라 한여름이나 겨울철 휴한기를 택하여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일가친척들이 서로 만나기 위해 통문을 보내어 날짜와 장소를 정한다.

인근의 경치 좋은 곳이나 계곡 등의 적당한 곳을 택하여 마련해 온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회포를 풀고 우의를 다진다.

보통은 사돈부인들끼리 행하는데 사정에 의해 근친을 가지 못한 경우 안사돈 중로보기라는 방법으로 만난다.

이러한 풍습은 여자들의 외출을 삼갔던 봉건적인 유교사회에서 행해진 것으로, 여성을 비하하던 낡은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기혼여성들에게는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은 날이다.

나의 경우에도 시집의 제사상에 올라가는 어마어마한 음식의 종류와 양에 놀랐고 해마다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는 가짓수와 함께 개선되지 않는 재래식 방법과 떡과 전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은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는 시어머님의 철학에 해가 거듭될수록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의 양에도 불구하고 추석 당일의 주인공이 되는 남성들을 보면서 페미니즘을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물론 요즘은 이러한 세태가 많이 바뀌었고 한편에선 세대 간의 화합을 위해 자발적으로 개선을 시도하는 지혜로운 사례도 있다.

그러나 예측 불허의 시대를 살면서 잦은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인 우리가 언제까지 세대 간, 가족 간의 갈등을 외면한 채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음식을 차리고 홍동백서를 찾으며 기복신앙과 같은 명절을 지내야 할까?


모처럼 만난 가족들이 기분 좋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이야기를 듣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은 참 좋고 또 필요하다.



언택트(un-contact)로 만나는 조상을 기리며 아랫대에게 따뜻한 교훈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이 명절이면 정말 좋겠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시간인지도 모른 채 노동으로 시작해서 노동으로 끝나야 하는, 그래서 부담스러워 자꾸 기피하게 되는 그런 명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진 요즘 절약도 필요하다.


허례허식에 치우치지 않고 가족들을 배려하는 진정한 반보기의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어머님과 나, 그리고 미래의 며느리, 내 딸들은 기품 있는 고운 한복을 입고 노비송편이 아닌 꽃송편을 먹으며, 마당의 꽃과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따스한 햇살 가운데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

그런 날이 추석이요 한가위였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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