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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팥죽 - 새해의 소망을 담은 달력을 선물하고 따뜻한 팥죽과 귤을 나눠 먹는 동지의 소망을 담아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서로서로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나눌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December 19, 2020)

연암대학교 외식산업과

백 승희 교수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저녁을 먹고 TV롤 좀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깨어보면 아직 한 밤중인데,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비구비 펴리라‘.

여류시인 황진이는 동지의 긴긴 밤을 이처럼 낭만적으로 표현했지만 한 잠에서 깨어나 맞이하는 불면의 시간은 때로는 고통이 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책을 읽는 일이다.

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2일 또는 23일데 올해는 12월 21일이다.

음력으로는 11월 중기로, 대설 다음이며 소한의 앞이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기)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데, 애(기)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쪄서 먹는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의 기운이 극에 이르는 동지가 지나면 양(陽)의 기운이 싹트면서 낮이 다시 길어지기 때문에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고 표현하였다.

또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속담은 겨우 내 움츠렸던 푸성귀들이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날을 설에 버금간다고 하여 ‘아세(亞歲)’라 하였고, 민간에서는 ‘작은 설’이라 하였다.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전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 끝난다는 동지(冬至)를 요즘 명절로 생각하거나 팥죽을 먹는 날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정말 아쉽다.

팥죽은 동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예로부터 질병이나 귀신을 쫓는 액막이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팥죽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의 문인 이색의 ≪목은집≫에 나오며, 조선시대의 음식 관련 문헌에도 동지음식으로 ''적두죽''이라 하였다.

팥죽을 쑤면 먼저 천신(薦新)의 의미로 사당(祀堂)에 올린 다음, 각 방과 장독·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거나 사람들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려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축귀(逐鬼)의 의식을 행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였으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것도 상가(喪家)의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동지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민간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팥죽의 유래는 6세기 초에 간행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이다.

공공씨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황하를 다스리는 신으로, 그의 아들이 죽어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이 됐다는 것은 오늘날로 말하면 홍수로 인해 수인성 전염병이 나돌았다는 뜻이다.

뜨거운 팥죽을 끓여 먹고 영양을 보충해 병을 이겨낸 것을 공공씨의 아들이 팥을 무서워했다는 의미로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짓날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을 위해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기 위해 소의 다리를 고아 백강(白薑)과 정향(丁香), 계심(桂心), 청밀(淸蜜) 등을 넣어 약을 만들었다.

또 기상정보를 알려주는 전문부서인 관상감(觀象監)에서 만든 새해 달력에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를 찍어 나누어 주었다.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하였는데,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는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하였다.

매년 동지 무렵 제주도에서는 특산물인 귤을 진상하였고 궁중에서는 귤을 대묘(大廟)에 올린 다음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귤을 진상한 사람들의 공로를 위로하는 의미로 임금은 음식과 삼베, 비단 등을 하사하였고 귀한 과일을 가져온 것을 기쁘게 여겨 황감제(黃柑製)라는 임시 과거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잊혀 졌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풍속 중 하나인 동지헌말(冬至獻襪)은 '동지에 만들어 바치는 버선'이라는 뜻이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새 버선 신고 이날부터 길어지는 해그림자를 밟고 살면 수명이 길어진다" 하여 장수를 기원하는 풍정(豊呈)이라고 하였다.

동지부터 섣달그믐까지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가의 기혼녀들에게 버선을 지어드렸던 며느리들의 정성을 생각하니 콧등이 시큰해진다.

서울시 북촌문화센터에서는 ‘액운이 가고 따스함이’라는 주제로 동지맞이 비대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누비원단 주머니에 팥을 담아 실내․외에서 따뜻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손난로를 만드는 이벤트인데, 동지헌말도 함께 스토리텔링 하여 이런 아름다운 풍습을 길이길이 살려나가고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였으면 좋겠다.

팥의 주성분은 탄수화물(68.4%)과 단백질(19.3%)이며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다.

사포닌은 이뇨작용을 하고, 기미 제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예로부터 세안과 미용에 이용되어 왔다.

또 비타민 B군이 풍부하여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 및 피로감 개선, 기억력 감소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다량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 나트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도록 도와주므로 부기를 빼주고 혈압 상승을 억제해준다.

붉은팥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체내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쉽게 포만감을 느끼게 되므로 다이어트에 많은 도움이 된다.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므로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고, 빈혈 개선에 이로운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함유되어 있어 팥을 넣어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보완이 된다.

과학이 없었던 시절 임금님 수라상에 흰밥과 팥밥이 항상 함께 올렸던 일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한 부분이다.

팥을 고를 땐 붉은색이 선명하고 껍질이 얇으면서 손상된 낱알이 없는 팥을 골라야 한다.

국산 팥은 낱알의 크기가 고르지 않고, 흰색 띠가 뚜렷한 반면 수입 팥은 낱알의 크기가 작고 고르며 흰색 띠가 짧고 뚜렷하지 않다.

팥은 영양이 풍부하여 벌레가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관 전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바짝 말린 후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주는데, 여름철에는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동짓날은 만물이 회생하는 날이라고 하여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했으며, 어려운 백성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을 것이라 하였고 반대로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하였는데 올해는 동지를 앞두고 눈도 많이 오고 갑자기 날씨도 추워졌으니 풍년에 대한 바램도 가져볼 만하다.

이웃에게 새해의 소망을 담은 달력을 선물하고 따뜻한 팥죽과 귤을 나눠 먹는 동지의 소망을 담아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서로서로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나눌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December 19, 2020)

연암대학교 외식산업과

백 승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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